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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 다녀왔어.
    프로필 2022. 2. 3. 22:50

     

     

    < 붉은 명예 >

     

     

    " 나는 이렇게 할 거니까. "

     

    ⚜외관⚜

     

     

    전체적으로 부산스러운. 정돈 안 된. 관리 안 된. 붉은색.
    머리 붉은색. 고수머리. 관리 안 된. 부산스러운. 그리고 헤일로.
    얼굴 붉은색. 하나의 눈. 올라간 입꼬리.
    차림새 아무렇게나 들고 다니는 망토. 다 뜯겨나간 날개.
     

     

    [머리]

    시간이 오래 지났다. 머리는 자르지 않아서 다시 길게 내려왔다. 관리하지 않아서 머리는 부산스럽고 거추장스럽게 보인다. 그런데도 자르지 않는 것은 미련이다. 과거에 대한 미련.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좋을지도 모르겠네. 머리가 길었을 때는 나름 행복했으니까.

    여전히 불. 여전히 타오르는 불꽃 같다. 이리저리 뻗쳐서는, 바람에 날려 움직일 때마다 불꽃이 일렁이는 것처럼 보인다. 다시 크기를 키운 불.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태우지 못하는 게 아니라 고르고의 양분을 잡아먹고 타버리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저러다 불이 붙어도 저게 머리카락인지 진짜 불인지 알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헤일로]

    검게 녹아내리는 헤일로. 예전 그의 헤일로를 생각한다면… 다 타고 남은 헤일로가 녹아내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얼굴]

    하얗고, 혈색 좋고, 무탈하게…라고 말할 수 있던 때가 있었다. 혈색 자체는 문제없다. 그래도 무탈하게 지내지는 못했다. 끝이 아래로 내려간 눈썹, 순하다고 하면 순하다고 할 수 있는 인상. 입꼬리는 올라간 채다. 커다랗고 아래로 살짝 처진 눈. 둘이었던 태양은 이제 하나 남았다. 완전히 저물어버린 태양.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늘어뜨려 가린 한쪽 눈은, 이제 아무것도 볼 수 없다고 직접 말하고 다닌다. 언제부터였냐고 하면 졸업식 이후로. 그나마 하나 남은 눈도 제대로 뜨지 않은 지 오래다. 분명 한 곳을 제대로 보고 있으나 그것이 어디인지 알 수 없다. 하늘인지, 나무인지, 나인지, 아니면 과거의 무언가인지. 그러나 한가지 알 수 있는 사실은, 저 눈이 제대로 뜨이면 그곳은 불타 없어질 것이다.

     

    [차림새]

    망토는 뒤집어쓰고 들고 다니고, 둘둘 말고는 바닥을 구르고. 무슨 장난감처럼 쓴다. 몇몇 장신구가 보이지 않는 것 같다면 정확히 봤다. 자기가 태워버렸다. 이유는 모른다. 그냥, 그랬어. 그렇게 답한다. 그래도 나머지는 잘 챙겨 입었다. 그래도 옷은 안 태워서 다행이지.

    세 쌍의 날개는 이제 딱 하나 남았다. 저걸 하나라고 할 수 있나? 반 개라고 하겠다. 나머지 날개가 어디로 갔느냐 한다면, 고르고 본인이 전부 뜯어 태워버렸다. 하나는 원망을 담아서, 하나는 절망을 담아서, 하나는 자신의 슬픔을 담아서, 하나는 자신의 망가진 꿈을 담아서, 하나는 자신의 불명예를 담아서. 그나마 남은 날개도 다 망가져서는, 알아서 날개가 빠지고 있다. 또 정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저 스스로 뜯어서 태워버릴 날개다. 이번에는 무엇을 담아 태우려나.



    ⚜이름⚜

    고르고 / Gorgo

    아르골고라는 쓰지 않기로 했다. 함께 쓰는 형제들에게 미안해서.

    데디바란테는 쓰지 않기로 했다. 함께 쓰는 가족들에게 미안해서.

    명예롭지 못한 천사가 어찌 데디바란테의 천사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러니 스스로 이름을 버렸다. 가족들에게 미안해서.



    ⚜계급⚜



    ⚜진영⚜

    옵리비오



    ⚜진영 선택 사유⚜

    왜 우리는 계속 우리의 믿음을 의심받고 맹목적으로 충성하도록 만들려고 하고 그것을 위해 시련을 겪어야 하는가? 그렇게 하지 않아도 충분히 신을 따를 마음이었는데, 오히려 그런 의심과 시련이, 맹목적으로 충성하도록 만든 그 모든 것들이 반감을 품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금까지의 노력이 모두 무시당하는 기분을 느꼈다. 이렇게 노력하더라도 결국 믿음은 의심당해. 꽤 견디기 어려운 기분이었다.

    그리하여 쫓겨나게 된다면, 그런 마음을 가졌다는 이유로 명예를 얻지 못하게 한다면. 그런 곳을 유토피아라고 부르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다. 고르고의 유토피아는 명예를 얻는 순간에 완성된다. 그러니 신에게 반감을 품은 흑색 피가 명예를 얻으려면 선택지는 하나다.



    ⚜키/체중⚜

    218cm/95kg



    ⚜성격⚜

     

    Main Keyword: 생각하지 않는, 기이한 이중성, 잔존하는 여전함

     

    주변에 있는 이가 없으니 누구의 말을 빌려 그를 설명 하겠는가.

    고르고는 정신이 나간 게 분명하다.

     

    조금만 대화해도 알 수 있다. 생각을 하지 않고 행동한다. 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는다. 나름 되지 않는 머리를 열심히 굴리고 노력했는데 결과가 이 모양이니, 그냥 더는 생각하지 않기로 한 것 같다. 생각과 노력으로 도착한 곳이 버려진 땅이니 생각도 그냥 그 땅에 버리기로 했다.

    웃을 상황이 아닌데 히죽히죽 웃어댄다. 졸업식 전에 계속 히죽히죽 웃어대던 그를 기억하는가? 딱 그때와 같은 얼굴, 아니, 그때보다 더 즐거워 보인다. 그런데 웃다가도 갑자기 표정이 가라앉는다. 입을 다물어 버린다. 언제 웃었냐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리고 또 조금 있으면 입꼬리를 올린다. 이의 반복. 종잡을 수 없다. 갑자기 비싯비싯 웃다가도 입을 다물고 쳐다본다. 대화를 하다가 말고 뒤돌아서 가버리는가 하면 또다시 돌아와서 하던 이야기를 마저 한다. 이유를 물으면 모른다고 답한다. 그냥 그랬어, 그냥.

    고르고의 머리는 아직도 크리아스 아카데미에서 멈춰있다. 무슨 뜻이냐 하면, 다른 이들을 대하는 마음이 그때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그에게 지금 이 상황은 오랜 방학 후에 개학을 하고 다시 만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언제 이야기인지 모를 것을 입에 올린다. 전에 네가 그렇게 말했잖아. 그거 기억나? 그때 네가- 그냥 스쳐 지나갈 일을 기억하고 이야기한다. 그때처럼 세심하다. 여전히.

    그러면 고르고에게 싸움은 안중에도 없는가? 그저 여기 와서 친목질이나 해대고 싶은 것인가? 그렇게 물으면 그건 또 아니다. 친구가 좋은 건 좋은 거고, 승리는 승리고.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고.

    웃으면서 말을 걸고 졸졸 쫓아다닌다. 그러다가 갑자기 들고 있던 걸 휘두른다. 그 와중에 웃으면서 말을 건다. 친구니까, 적이니까. 친구니까 말은 걸고 싶은데 우리는 적이니까 싸워야지.

     

    기이한 행태. 그래, 역시 정신이 나갔다는 것 말고는 설명할 수 없다.



    ⚜권능⚜

     

    둘째 사망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본 물체에 불이 붙는다. 불이 붙으면 삽시간에 재가 되어 사라진다. 불 자체는 주변에 번지지 않는다. 불이 붙은 것만을 태운다. 한 번에 세 개 이상 불을 붙일 수 없다. 하나가 전소해야지 다른 하나에 불을 붙일 수 있다.

     

    불못에는 다른 이름이 있다. 둘째 사망.

    사망과 음부도 불못에 던져지니 이것은 둘째 사망 곧 불못이라 (계 20:14)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본다. 순식간에 불이 붙는다. 불이 붙은 것은 삽시간에 재가 되어 사라진다. 불 자체는 주변 다른 것에 번지지 않는다. 그것은 불못에 던져질 것이 아니다. 불이 붙은 것만을 태우고 사라진다. 여기서 주의할 점. 불은 붙으면 끝이다. 끄는 것은 남은 이의 몫이다. 던지고 나면 내 손을 떠났으니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한 번에 세 개. 왜 하필 세 개인가? 왜 3은 완전성을 뜻한다고 하지 않나. 이름도 세 단락으로 나뉘고…그냥 실없는 소리. 사실 이유는 모른다. 아무리 해봐도 세 개 이상은 한 번에 불을 붙일 수 없었다. 하나가 전소해야지 다른 하나에 불을 붙일 수 있다.



    ⚜스텟⚜

     

    권능 숙련도: ●●●●●

    민첩: ●○○○○

    정신력: ●●●●● 

     

    체력 제외 총 합: 11

     

    체력: 100통일



    ⚜특징⚜

    [데디바란테의…]

    누군가에게는 특별할 것 없는 날짜인 8월 6일에, 데디바란테집안은 그 어느 것보다도 특별한 일이 생겼다. 그 이후로, 8월 6일은데디바란테 집안에 가장 특별하고 소중한 날이 되었다. 그래, 그러니까- 고르고 아르골고라 데디바란테의 생일이다. 그날은 능소화의 날이라고 하더라. 꽃말이 명예라고 하던가. 정말 데디바란테같은 날이다.

    졸업식 이후로 데디바란테 가의 이야기를 들은 이 있나? 아무도 없을 것이다. 졸업식 이후, 데디바란테저택의 문은 굳게 닫혀 다시는 열리지 않았다. 태양이 뜨지 않으니 아무도 깨어나지 않는 것이다.

     

    [어투와 행동]

    태어난 이후 첫 기억이 생길 무렵부터 귀에 딱지 앉게 듣고 배운 것. 어디서든 예의 바르게 행동할 것. 예절을 중요시할 것. 그 이름에 걸맞게 행동할 것. 자신이 생각하기에 명예롭게 행동할 것!

    날 때부터 듣고 배운 것은 이제 그렇게 행동하지 않으려고 해도 무의식에 녹아 자연스럽게 행하게 된다.

    자신이 아는 어휘 중 친정한 어휘를 사용한다. 사용하는 어휘에 어려운 단어는 잘 없다. 딱히 뜻을 생각할 필요 없는, 그냥 간단한 단어를 사용해 문장을 만든다.

    행동이 빠르다. 그러나 정확도는 떨어진다. 이유는 명확하다. 생각을 하지 않으니까. 생각을 하지 않고 행동을 하니 당연히 속도가 빠르고 그만큼 정확도가 떨어진다.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는 건 덤이다.

    어떤 질문이 오든 간단하게 대답할 수 있다.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고, 생각 안 해 봐서 모른다고 답하고 끝낸다.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여전히 걷는 사람과 보폭을 맞춘다. 자리에 앉으면 다리를 팔로 끌어안는 버릇이 남아있다. 이렇게 보면 정말 여전하다.

     

    [반감]

    금색 피 사이에 검은 피가 섞이고, 누가 자신의 팔을 붙잡는지 모르는 와중에 그는 저 검은 피 중 일부는 자신의 피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야 당연했다. 졸업 시험 직후부터 그는 단 한 순간도 신에 대한 반감을 삭힌 적 없었다.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것을 눌러 담느라 애썼다. 평소와 달리 히죽히죽 올라가는 낯선 입꼬리는 그 증거였다. 그러니 저 피가 이단의 피라면, 분명 나의 피겠지. 그렇게 깨닫고 나니 커다랗게 뜬 두 눈은 명백한 목적을 가지고 움직였다. 자신이 아니라고 발뺌하거나 용서를 구해도 모자랄 판에, 그는 아카데미를 태워버리려고 했다. 금방 그 낌새를 눈치챈 천사들에게 제지당해 실패했지만. 그 과정에서 눈 하나를 잃었다. 하나 남은 눈은 그 현장의 목격자다. 신의 축복을 받지 못하는 자의 상처가 나을 리 없으니, 그의 한쪽 눈은 영영 다시 뜨이지 않을 것이다. 태양은 이제 단 하나 남았다.

     

    [그래도 그동안 생각을 한 것이 있다면]

    처음 버려진 이들의 땅으로 왔을 때, 한동안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이해하는 것에만 한참이 걸렸다. 한참 후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하고 나니, 그제야 반쪽짜리 시야에 이상함을 느꼈다. 그리고 또 한참을 울면서 보냈다. 느껴지는 것은 끔찍함과 비참함이 전부였다. 가족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려나. 이제 여기서 뭘 어쩌면 좋으려나. 그런 생각 사이에서 무엇보다도 확실히 알 수 있던 것은, 이 땅에서는 명예를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이제 모두의 기억 속에서 잊히겠지. 아무것도 얻을 수 없겠지. 불은 다 꺼지고 이제 남은 잿더미도 누군가의 발에 차여 바람에 흩날리겠지.

    그런 고르고에게 망각의 신이 건넨 제안은 구원과도 같았다. 달리 선택지가 없습니다.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번에는 내 명예를 쟁취하겠노라. 이 전쟁에서 이긴다면, 나는 누구보다도 명예로워지겠지. 모든 사람이 내 명예를 알겠지. 그러니 이제 이곳에 데디바란테에서 태어난 고르고는 없다. 남은 것은 명예를 바라는 붉은 것이다.

     

    [반려 돌]

    게보리였나? 함께 하고 싶었는데, 그 소동에 잃어버렸다. 지금쯤 유토피아 어딘가를 굴러다니고 있겠지. 불쌍한 게보리, 집에 동생들도 셋이나 있는데. 둘 다 가족들이랑 생이별했네.



    ⚜소지품⚜

    만년필

    -붉은색으로 이름이 각인되어있던 만년필. 고르고만 남기고 다 갈아내서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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